알리바바 천문(Qianwen) AI의 쿠폰 전략, 단순 이벤트인가 AI 시대 판도 변화의 신호탄인가?
9시간 만에 천만 주문, 천문 AI가 보여준 파괴력

알리바바의(티커:baba) AI 챗봇 천문(千问, Qianwen)이 설 연휴 마케팅에서 놀라운 성과를 기록했다. 타오바오 플래시세일이 6일 만에 달성한 천만 주문을, 천문은 단 9시간 만에 돌파했다. 그것도 서버 용량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룬 성과다.
이는 단순한 이벤트 성공을 넘어서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알리바바가 투입한 300억 위안(약 5조 7천억 원)의 보조금은 일회성 고객 유치가 아니라, 새로운 사용자 행동 패턴을 형성하는 데 목적이 있어 보인다. “필요한 게 있으면 일단 천문부터 찾아보기”라는 습관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천문(Qianwen, 통이千問)은 알리바바 클라우드가 개발한 오픈소스 대형 언어 모델(LLM) 기반 AI 챗봇입니다.
중국어·영어에 강하고 이미지 분석, 쇼핑 추천 등 멀티모달 기능을 제공하며, 타오바오와 연동해 실생활 서비스를 지원합니다.
전략의 핵심: 심리적 임팩트 극대화
알리바바의 이번 캠페인에는 두 가지 주목할 만한 디테일이 있다.

1. ‘빨간봉투’ 대신 ‘무료 쿠폰’ 프레임 설 이벤트 명칭을 “300억 쏜다 프로젝트”로 정하고, ‘빨간봉투(홍바오)’라는 전통적 개념을 의도적으로 약화시켰다. 대신 ‘무료’, ‘쿠폰’이라는 직관적 단어로 소비자에게 다가갔다.
2. 체감 가능한 보조금 규모 총액만 큰 것이 아니라 개인이 느끼는 혜택의 크기가 컸다. 25위안 무료 쿠폰 21장, 1인당 최대 525위안(약 10만 원). ’25위안’, ‘무료’, ‘쿠폰’이라는 구체적 숫자와 단어가 주는 심리적 효과는 추상적인 ‘빨간봉투’보다 훨씬 강렬했다.
왜 위챗 빨간봉투 전략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가
텐센트의 마화텅 회장은 2015년 위챗 빨간봉투의 성공을 재현하고 싶어 했지만, 시장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 이유를 분석해보면 다음과 같다.
2015년과 2025년의 차이
| 구분 | 2015년 | 2025년 |
|---|---|---|
| 모바일 인터넷 사용자 | 급증기 (전년 대비 230%↑) | 포화 상태 |
| 사용자 특성 | 신규 유입, 높은 호기심 | 각종 프로모션에 피로감 |
| 마케팅 환경 | 새로운 경험 제공 가능 | 차별화 어려움 |
| 비용 효율 | 낮은 비용으로 고효과 | 높은 비용, 낮은 효과 |
2015년 당시 모바일 인터넷 신규 사용자들은 온라인 프로모션 경험이 거의 없었다. 위챗으로 빨간봉투를 주고받는 것 자체가 신선한 경험이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소비자들은 이미 수많은 이벤트를 경험했다. 빨간봉투, 복(福)자 모으기, 추첨 등 각종 마케팅 기법에 무감각해진 상태다.
더욱이 작년 한 해 알리바바, 메이투안, 징둥 세 곳이 투입한 마케팅 비용만 해도 천문학적이었다. 이미 다양한 혜택을 경험한 소비자들에게 이제 소소한 이벤트는 큰 의미가 없다.
천문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사용자 경험
천문 AI는 현재 쇼핑 도우미 수준이지만, 그 잠재력은 훨씬 크다. 실제 사용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현재: 음성 기반 쇼핑

“스타벅스 한 잔 줘, 뜨겁게, 무설탕” → 천문이 추천 → “이거로 주문해” → 결제 → 배달 완료
가까운 미래: 일정 관리 통합
- “내일 저녁에 진 동기랑 저녁 약속 잡아줘” → 식당 추천 및 예약까지 자동 처리

- “오늘 저녁 진 동기, 이 동기, 장 동기한테 고스톱 치자고 연락해줘” → 한 번의 명령으로 다수에게 연락
메신저 앱을 사용하면 여러 번 메시지를 보내야 하지만, AI 비서는 한 번의 명령으로 모든 과정을 처리할 수 있다.
AI 시대 플랫폼 경쟁 구도의 변화
모바일 인터넷 시대의 플랫폼 가치는 ‘스마일 커브’ 모델로 설명할 수 있었다.
스마일 커브 모델 (모바일 시대)
- 왼쪽 꼭짓점: 위챗 – 고빈도 필수 서비스 (하루 수십 회 접속)
- 오른쪽 꼭짓점: 틱톡(더우인) – 높은 몰입도와 중독성 (긴 사용 시간)
텐센트는 ‘고빈도’를, 바이트댄스는 ‘사용 시간’을 장악했다.
역U자형 모델 (AI 시대)

- 중앙 꼭짓점: 범용 AI 어시스턴트 – 시간 절약(save time)과 시간 소비(kill time) 동시 충족
천문 AI는 이러한 변화의 선두에 서 있다. 쇼핑부터 일정 관리, 소셜 약속까지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하면서, 기존 모바일 앱들의 영역을 침범하기 시작했다.
빅테크 연합 대응의 가능성

알리바바의 공격적 전략은 기존 시장 질서를 흔들고 있다. 모바일 인터넷 10년간 형성된 세력 균형이 무너지면서, 업계에서는 대응 연합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전해지는 연합 구도
- 텐센트 진영: 징둥, 메이투안과 협력
- 바이트댄스 진영: 씨트립, 메이투안, 디디와 협력
메이투안의 경우 알리바바와 3분기에 걸쳐 치열한 경쟁을 벌였고, 정부의 개입으로 잠시 숨통이 트이는가 싶었다. 하지만 알리바바가 플래시세일을 천문 AI에 통합하면서 경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단순한 보조금 경쟁이 아니라, AI 기반 플랫폼 주도권 싸움으로 격상된 것이다.
결론: 전환점에 선 중국 빅테크 생태계
천문 AI의 성공은 중국 테크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 사용자 습관의 전환: PC 시대의 ‘브라우저 → 검색’, 모바일 시대의 ‘개별 앱’ 접근 방식을 넘어, AI 시대에는 ‘통합 AI 비서’가 모든 서비스의 시작점이 될 가능성
- 시장 재편의 신호: 기존 세력 균형이 깨지면서 새로운 연합과 경쟁 구도 형성 중
- 장기적 투자 관점: 알리바바의 300억 위안 투자는 단기 매출보다 사용자 행동 패턴 확보에 초점
알리바바의 전략이 성공할지, 아니면 다른 빅테크들의 연합 대응이 효과를 발휘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AI 시대 플랫폼 경쟁의 본격적인 서막이 올랐다는 점이다.
참고 자료
- 알리바바 그룹 공식 발표 자료
- 중국 IT 업계 분석 보고서
- 모바일 인터넷 사용자 통계 (2014-2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