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메다카 일기] 한여름 녹조 대청소와 치어 물맞댐
주말 아침, 커피 한 잔을 들고 베란다 수조를 확인하다가 한동안 수조 앞에 서 있었습니다.
수련과 함께 관리하고 있던 옹기 수조의 물이 며칠 사이 눈에 띄게 짙은 녹색으로 변해 있었기 때문입니다. 평소에는 어느 정도 바닥이 보였는데, 이날은 수면 아래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메다카를 베란다나 야외에서 키우다 보면 여름철에 자주 마주치는 문제가 바로 녹조입니다.
적당한 청수는 메다카, 특히 치어 사육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수조의 상태를 확인하기 어려울 만큼 짙어지면 사육자로서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에는 녹조뿐 아니라 바닥에 남아 있던 사료 찌꺼기와 침전물까지 함께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오랜만에 수조 전체를 청소하기로 했습니다.
베란다 수조에 녹조가 늘어나는 이유
여름철 베란다 수조에서는 녹조가 생각보다 빠르게 늘어날 수 있습니다.
제가 관리하면서 특히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느낀 부분은 햇빛, 수온, 먹이량이었습니다.
강한 햇빛과 높은 수온
여름철 베란다는 계절에 따라 직사광선이 오랫동안 들어옵니다.
햇빛이 강한 시기에는 수온도 함께 올라가기 때문에 조류가 빠르게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작은 용기의 경우 물의 양이 많지 않아 낮 동안 수온 변화가 크게 느껴지는 편입니다.
남은 먹이와 배설물
날씨가 따뜻해지면 메다카의 움직임이 활발해져 자연스럽게 먹이를 주는 횟수도 늘어납니다.
문제는 먹지 못하고 바닥에 남은 사료입니다.
남은 먹이와 배설물이 계속 쌓이면 수조 안의 영양분이 많아지고, 햇빛까지 충분할 경우 녹조가 더 쉽게 증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여름에는 먹이를 많이 주는 것보다 몇 분 안에 먹을 수 있는 양을 나누어 주는 편이 관리하기 편했습니다.
여름철 산소 부족에도 주의
수온이 올라가면 물속에 녹아 있을 수 있는 산소량이 줄어듭니다.
여기에 먹이 찌꺼기와 유기물이 많아지면 이를 분해하는 과정에서도 산소가 사용됩니다.
조류 역시 밤에는 호흡을 하기 때문에 녹조가 지나치게 짙어진 수조에서는 새벽이나 이른 아침에 산소가 부족해지지 않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여름철에는 평소보다 수면에서 헐떡이는 개체가 없는지, 활동량이 갑자기 떨어지지 않았는지를 자주 확인하는 편입니다.
이번에는 부분 환수 대신 전체 청소를 선택했습니다
평소 물갈이를 할 때는 기존 사육수를 어느 정도 남겨두고 일부만 교체하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갑작스럽게 수질 환경이 바뀌는 것을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이번 수조는 녹조뿐 아니라 바닥 침전물도 꽤 많이 쌓여 있었습니다.
벽면 이끼와 바닥까지 한 번에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메다카를 임시 용기로 옮기고 전체 청소를 진행했습니다.
전체 청소를 자주 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번처럼 바닥까지 한 번 확인하고 싶을 때는 한 번씩 진행하고 있습니다.
가장 시간이 오래 걸렸던 치어 분리
수조 청소보다 더 어려웠던 것은 치어를 옮기는 일이었습니다.
성어는 작은 뜰채를 이용하면 비교적 쉽게 이동할 수 있지만, 알에서 부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치어는 크기가 너무 작아 육안으로 찾는 것부터 쉽지 않습니다.
메다카 사육자들 사이에서는 이렇게 작은 초기 치어를 ‘하리코’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치어를 놓치지 않기 위해 흰색 용기를 여러 개 준비해 바닥에 나란히 놓았습니다.
품종과 성장 단계를 섞지 않기 위해 각각 따로 분리했습니다.
성어보다 치어를 옮길 때 시간이 훨씬 오래 걸렸습니다.
작은 뜰채로 억지로 건지기보다는 스포이트나 작은 컵을 이용해 물과 함께 떠서 옮겼습니다.
몸집이 작은 치어는 한 번 놓치면 다시 찾기도 어렵기 때문에 수조의 물을 한꺼번에 버리지 않고 조금씩 줄이면서 확인했습니다.
한여름 베란다 청소는 생각보다 힘들었습니다
메다카를 먼저 임시 용기에 옮긴 뒤 본격적으로 청소를 시작했습니다.
수조의 물을 비우고 바닥에 쌓인 찌꺼기를 제거한 뒤 벽면의 이끼를 닦았습니다.
작은 수조 하나만 관리할 때는 금방 끝나지만 용기가 여러 개가 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물을 퍼내고, 용기를 씻고, 다시 물을 채우는 일을 반복하다 보니 어느 순간 베란다 바닥이 양동이와 치어 통으로 가득했습니다.
여름철이라 베란다 안의 온도도 높아 중간중간 물을 마시면서 쉬어가며 작업했습니다.
취미로 시작한 물생활이지만 이런 날에는 생각보다 체력이 필요한 취미라는 것을 다시 느끼게 됩니다.
물갈이 후에는 천천히 적응시키기
전체 청소가 끝난 뒤에는 메다카를 바로 새 물에 넣지 않았습니다.
기존 사육수와 새 물의 온도나 수질 차이가 크면 물고기에게 스트레스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물갈이를 할 때 신경 쓰는 부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수돗물은 바로 사용하지 않기
수돗물을 사용할 경우 잔류 염소나 클로라민이 물고기에게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지역에 따라 수돗물 처리 방식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저는 수질 안정제를 정량 사용하는 방법을 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물을 미리 받아두는 방법을 사용하는 경우에도 자신이 사용하는 지역의 수돗물 처리 방식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새 물과 기존 물의 온도 차이 줄이기
물을 새로 채운 뒤 바로 메다카를 넣기보다는 기존에 머물던 용기의 물과 새 수조의 수온 차이가 크지 않은지 확인합니다.
특히 여름에는 햇빛이 비치는 장소와 그늘의 수온 차이가 생각보다 커질 수 있어 청소가 끝난 뒤 잠시 기다렸다가 이동시키는 편입니다.
물맞댐은 서서히
임시 용기의 물에 새 수조 물을 조금씩 섞어주었습니다.
한 번에 많은 양을 넣기보다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몇 차례 나누어 넣었습니다.
이렇게 하면 갑자기 다른 환경으로 옮기는 것보다 수질 변화에 적응할 시간을 줄 수 있습니다.
작은 치어는 물과 함께 이동
초기 치어는 뜰채보다 스포이트, 작은 컵 또는 계량스푼을 이용하는 것이 편했습니다.
가능하면 치어의 몸을 직접 건드리지 않고 물과 함께 떠서 이동시키는 방식입니다.
특히 눈에 잘 보이지 않는 크기의 치어는 용기의 물을 완전히 버리기 전에 마지막까지 한 번 더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청소 후 다시 맑아진 수조
모든 작업이 끝난 뒤 메다카를 다시 수조에 옮겼습니다.
녹조 때문에 거의 보이지 않던 바닥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고, 메다카의 움직임도 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전체 청소를 하고 나면 가장 좋은 점은 물고기의 상태를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먹이를 잘 먹는지, 지느러미에 이상은 없는지, 몸이 지나치게 마른 개체는 없는지까지 한 마리씩 확인하기 편해집니다.
청소 직후에는 먹이를 많이 주지 않고 메다카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모습을 먼저 지켜봤습니다.
녹조를 완전히 없애는 것보다 관리가 중요했습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다시 느낀 것은 녹조 자체를 무조건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는 점입니다.
메다카 사육에서는 적당한 청수를 활용하기도 하고, 특히 치어에게는 자연적으로 생기는 작은 생물들이 먹이원이 되기도 합니다.
다만 물속을 전혀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짙어지거나 먹이 찌꺼기와 침전물이 함께 많이 쌓였다면 한 번쯤 수조 상태를 점검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저 역시 앞으로는 녹조가 짙어진 뒤 한꺼번에 청소하기보다는 먹이량과 일조 시간을 조금씩 조절하면서 관리해 볼 생각입니다.
베란다에서 메다카를 키우다 보면 계절이 바뀔 때마다 관리 방법도 조금씩 달라집니다.
봄에는 산란과 치어 관리, 여름에는 수온과 녹조, 가을에는 월동 준비까지 신경 쓸 부분이 계속 생깁니다.
그 과정이 번거롭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매일 수조를 들여다보면서 작은 변화를 발견하는 재미가 메다카 사육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베란다에서 직접 키우면서 경험한 메다카 사육 과정과 시행착오를 하나씩 기록해 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