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들의 옷장에서 사라진 이름, 그 그리운 브랜드 이야기
한때 세계 여행자들의 필수템으로 자리 잡았던 의류 브랜드가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조용히 몰락하고 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트레킹, 배낭여행, 장기여행자들을 중심으로 극찬을 받았던 ExOfficio가 바로 그런 사례다.
이 브랜드는 더 이상 ‘바지’, ‘셔츠’, ‘재킷’을 찾는 고객의 기대에 부응하지 않는다. 공식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이제는 속옷만 판매되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해버린 ExOfficio를 만날 수 있다.
브랜드의 몰락은 언제 시작됐을까?
ExOfficio는 1987년에 시작되어 여행자들의 옷장에 빠질 수 없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특히, BugsAway라는 이름으로 출시한 퍼메트린(permethrin) 처리 벌레 차단 의류는 말라리아∙지카∙뎅기열과 같은 모기 매개 질병이 우려되는 지역에서 여행하는 이들에게 최상의 선택지였다. 튼튼하고 빠르게 마르며, 스타일과 기능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몇 안 되는 브랜드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대형 소비재 기업인 Newell Brands에 인수된 이후, 무너지기 시작했다. 고객문의에도 제대로 응대하지 않는 모습, PR 담당자의 부재, 공지 없는 제품군의 축소는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암시했다.
‘속옷 전문 브랜드’로의 전환
ExOfficio의 웹사이트에서 지금은 속옷 카테고리 외에는 찾아볼 수 없다. 한때는 경량 셔츠, 기능성 팬츠, 방수 재킷까지 갖춘 종합 여행 의류 브랜드였지만, 지금은 그 명성을 입증할 제품조차 남지 않았다. 심지어 일부 고객은 고객센터를 통해 얻은 보상마저 Marmot 브랜드 셔츠로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 제조체계가 Marmot과 통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정황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회원가입 인사 메일이 ‘Marmot Mountain LLC’에서 발송되는 것만으로도, 기존 팬들에게는 이미 답이 되어버린 셈이다.
ExOfficio를 대체할 수 있는 여행 의류 브랜드 추천
ExOfficio의 빈자리를 채울만한 브랜드를 찾는 이들에게 몇 가지 대안을 소개한다. 각각의 브랜드는 ExOfficio만큼의 전통이나 시장 인지도를 갖추지는 못했지만, 특유의 내구성과 기능성으로 신뢰를 얻고 있다.
브랜드 | 특징 | 비고 |
---|---|---|
Craghoppers | 벌레 방지 의류에 강점. 영국 브랜드. | 2024년 미국 시장 철수 |
prAna | 요가/여행을 겸한 스타일. 지속 가능한 제작 | ExOfficio의 일부 라인을 이어받음 |
Clothing Arts | 소매치기 방지 포켓 등 안전성 강조 | 디자인은 다소 투박할 수 있음 |
KUHL | 아웃도어와 일상 사이의 균형 | 탄탄한 원단, 세련된 실루엣 |
Columbia Sportswear | 가성비 높은 전천후 브랜드 | 제품 퀄리티는 천차만별, 세일 자주함 |
Toad & Co | 지속 가능한 소재, 캐주얼 디자인 | 도심 여행자에게 적합 |
Mountain Hardwear / Patagonia / Outdoor Research | 험한 환경에 알맞은 고기능 제품군 | 전문성은 뛰어나지만 가격대는 높은 편 |
소비자의 의문, 브랜드는 묵묵부답
‘왜 ExOfficio는 속옷 브랜드로 전락했을까?’는 단순한 의문이 아니다. 실질적인 대답이나 정식 발표 하나 없이 브랜드는 변화했다. 소비자가 브랜드를 외면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소비자는 여전히 존재하며, 검색창에 “ExOfficio 팬츠”, “ExOfficio 셔츠”를 입력하고 있다.
하지만 검색 결과는 텅 비어있고, 오직 속옷만이 남겨져 있다.
아쉬움은 남지만, 길은 계속된다
침낭처럼 말아 넣을 수 있었던 셔츠, 모기장에서 영감을 받은 벌레 차단 팬츠, 도시와 오지를 넘나들 수 있었던 탄탄한 원단의 재킷… 그런 제대로 된 여행자용 옷이 사라졌다.
하지만 여행은 멈추지 않는다. 우리가 짐을 싸고 다음 행선지를 고민하는 동안, 다른 브랜드들이 그 빈 자리를 조금씩 채워 넣고 있다. 완벽한 대체품은 아닐지라도, 새로운 여행 동반자를 찾을 시간이다.
실용적인 팁: 세일 시기를 노려보자
아웃도어 브랜드는 시즌 종료 시 또는 대목 시즌 전후로 대규모 할인 이벤트를 연다. 이 때의 타이밍을 잘 활용하면, 평소 가격의 반값에도 만족스러운 여행 아이템을 구할 수 있다.
마무리하며
한 브랜드가 사라질 수는 있다. 하지만 그들이 남긴 가치, 그리고 그 옷들과 함께 했던 여행의 기억은 남는다. ExOfficio는 더 이상 과거의 브랜드가 아니지만, 그 철학을 잇는 새로운 브랜드를 만나볼 시간이다.
여행은 한 벌의 셔츠일 수 있다. 당신을 보호하고, 편안하게 해주며, 기억을 만들어주는.
이제, 그 셔츠를 새로 골라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