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과거가 낯설 정도로 낭만적으로 느껴진다. 특히 여행의 방식이 이렇게까지 바뀌었을 줄은, 90년대를 살아낸 그때의 자신도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은 스마트폰 하나면 호텔을 예약하고, 항공권을 비교하고, 길을 찾거나 로컬 맛집을 찾는 건 일상처럼 당연하다. 하지만 단 30년 전만 해도 이런 것들은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 시절, 여행은 일종의 모험이었다. 정보가 없었기에 모든 것은 몸과 감각으로 직접 부딪히며 배워야 했고, 불편함은 곧 추억이 되었다.
그 시절 여행자들이 겪었던 ‘당연했던 불편함들’을 돌아보면, 우리는 얼마나 많은 혜택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다시금 느끼게 된다.
📡 디지털 없는 세상에서의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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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조차 일반화되지 않았던 시대
연락 방법은 손 편지나 국제전화, 혹은 팩스. 부모님과 연락하기 위해 편지를 항공우편용지에 작고 정성스럽게 써서 보냈다. -
여행 중 메일 수신 방법?
사전에 일부 도시의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지점을 메일 수신처로 지정하면, 도착해 가서 직접 찾아야 했다. 친구들에겐 내 위치를 말할 수 없었고, 내가 다음에 어디로 갈지도 몰랐다. 진짜 자유였지만, 완벽한 단절이었다.
🧭 정보의 부재가 만든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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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식당, 관광지 정보는?
서점에서 산 가이드북이 전부였다. 인터넷이 없었기에, 다른 도시로 이동하기 전 머무는 게스트하우스 게시판에 붙은 낡은 종이 쪽지에서 정보를 찾아야 했다. 요즘처럼 지도앱으로 가까운 맛집을 찾는 건 꿈조차 꾸지 못했다. -
구글이 없던 시절
정보 검색이 필요하면 도서관으로. 여행 중이었다면 그냥 지나치거나, 직접 확인해야 했다.
✈️ 항공권/숙박의 원시적 예약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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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 시스템의 부재
요즘은 클릭 한 번으로 호텔을 예약하지만, 그때는 직접 발품을 팔아야만 했다. 기차에서 내리면 짐을 메고 도시를 돌아다니며 모텔이나 게스트하우스를 하나하나 둘러봐야만 했다. 당연히 리뷰 같은 건 없었고, 선택은 전적으로 감과 운에 달려있었다. -
비행기 티켓도 종이로 들고 다녔다
인터넷 예약이 아니라 종이 티켓을 들고 다녀야 했고, 여정 변경이 필요하면 전화 부스를 찾아 여행사에 전화했다. 게다가 그 통화를 위해 대기하고, 고비용의 국제 전화료도 감수해야 했다.
🎒 여행 중 장비와 소비 방식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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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장비는 직접 상점에서
해외 여행을 앞두고 필요한 배낭, 신발, 정수용품 등은 직접 쇼핑몰에 가서 골라야 했다. 비교 사이트나 상품 리뷰도 없었기에, 사용해봐야 알 수 있었다. -
디지털 노출 제로의 여행 사진
카메라에 필름을 넣고 찍었고, 결과는 한국에 돌아와 현상할 때까지는 알 수 없었다. 필름 한 롤은 24장, 많아야 36장이었기에 한 장 한 장이 소중했고, 의미 있는 장면인지 아닌지를 놓고 친구와 심각하게 토론하기도 했다. 멋진 장면은 그냥 기억에만 남겼다.
🌍 미디어도 음악도 당신 손 안에 없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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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 위해 물리적 무게를 감수
요즘은 전자책 리더기 하나로 수십 권을 담고 다니지만, 당시에는 두꺼운 페이퍼북 몇 권이 가방 무게를 좌우했다. 책은 여행자 숙소의 교환 책장에서 교환하거나, 시장의 중고 서점에서 구매해야 했다. -
음악은 테이프와 함께
음악 감상은 워크맨과 함께한 카세트테이프 시대였다. 좋아하는 앨범 몇 장 들고 다니며 무한 반복해 듣는 것이 전부. 중국의 불법 음반을 구입해 음악을 늘리기도 했고, 음악 취향이 맞는 동행자를 만나면 테이프를 교환했다. 지금처럼 스트리밍으로 아무 곡이나 듣는 건 불가능했다.
🗺️ 지도 없이 걷는 삶, 새삼 그리운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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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지도는 길 잃기와 짝꿍
구글맵은커녕, GPS도 없었고, 길을 찾기 위해서는 꼬깃꼬깃 접힌 종이 지도와 현지인의 설명이 전부였다. 설명마저 현지어라면? 바디랭귀지의 마법이 펼쳐졌다. -
교통편 역시 ‘도착 후 직접 확인’
시간표, 예약, 노선 등의 정보는 버스터미널에 가보기 전까진 알 수 없었다. 요즘처럼 앱으로 실시간 정보를 확인하는 건 그야말로 혁신이다.
💧 환경과의 싸움도 따로 없었던 시절
- 정수 도구? 값비싸거나 부피가 큰 특수장비
휴대용 정수병이나 UV 살균봉 같은 것은 없었고, 대체로 플라스틱 생수를 사 마셨다. 생수조차 없을 땐, 입에 물고 소독약을 떨어뜨리거나, 숯이 든 컵으로 간신히 정수한 물로 양치만 했다.
💳 금융 생활의 무기력함
- 온라인 뱅킹이 존재하지 않던 시대
여행 중엔 인터넷 뱅킹이 없어 대금 이체나 카드 확인도 불가. 매월 누군가에게 부탁해 지로 납부해야 했고, 그마저도 오래전 신청한 자동이체에 의존했다. 투자 계좌나 카드 내역 확인 같은 건 꿈조차 꿀 수 없었고, 비용 초과는 서프라이즈 편지로 날아왔다.
지금 우리에게는 당연한 것들, 과거에는 상상도 못했던 것들
오늘날 우리는 다음과 같은 기술을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누린다.
기술 | 1990년대 상황 | 지금의 변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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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공유 | 편지, 엽서, 사진 앨범 | 실시간 스토리, 피드 공유 |
호텔 예약 | 직접 방문 또는 전화 | 몇 초 만에 예약 및 리뷰 확인 |
지도/길 찾기 | 물리적 지도, 길 묻기 | 구글맵, GPS |
음악 감상 | 워크맨 + 카세트 | 무제한 스트리밍 |
여행 사진 | 필름 현상, 기다림 | 실시간 촬영 + 클라우드 저장 |
번역 | 회화책, 단어 찾기 | 실시간 이미지 번역 |
송금 | 은행 송금, 수수료 많음 | 카카오페이, 페이팔, 토스 |
교통 앱 | 택시 호출 어려움 | 우버, 카카오택시, 디디 등 |
지금 당연하게 누리는 모든 서비스는, 불과 30년 전에는 꿈도 꾸지 못한 혁신이었다. 그때의 느리고 불편한 여행은 지금보다 더 많은 감각을 동원하고, 더 많은 이야기를 남겼다.
문명이 가져온 편리함 속에, 우리가 마주친 ‘불편한 낭만’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그래서일까. 그 시절을 경험한 이들은 말한다. 불완전했기 때문에 더 특별하고, 생생했노라고.
지금보다 훨씬 낯선 세상에서 우리는 여행을 통해 어른이 되었다. 어쩌면 진짜 배움은 불편함 속에서 오는 건 아닐까?
📌 여러분은 어떤 기억을 갖고 계신가요?
30년 전, 혹은 20년 전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지금’을 살아가며, 우리가 놓친 그 무언가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댓글로 여러분의 추억과 생각을 나눠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