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알고리즘 시대, 여행 블로거는 무엇을 지켜야 할까? – 사라지는 블로그 감성과 살아남기 위한 고민들

블로그와 여행 콘텐츠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블로그 시대의 황금기, ‘트루 블로깅’이 활발하던 시절을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인터넷을 돌아보면 예전처럼 따뜻하고 인간적인 블로그 글보다는 공장형 콘텐츠, AI가 써낸 듯한 베끼기형 리스트 글만 넘쳐난다. 특히 최근의 구글 알고리즘 업데이트는 블로그 생태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검색 상위의 자리는 점점 개인이 아닌 기업, 그중에서도 광고비를 수억씩 지출하는 플랫폼들의 차지가 되어 버렸다.

그 여파로 2003년부터 꾸준히 운영되어온 ‘Cheapest Destinations Blog’도 큰 변화를 겪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살아남아 있는 몇 안 되는 ‘오리지널 여행 블로그’ 중 하나다. 그 변화의 흐름과 지금의 여행 블로깅이 처한 현실을 되짚어보자.


구글은 더 이상 블로그를 원하지 않는다

오래전에는 독창적인 시선, 작가의 경험, 유머 감각, 심지어는 다소 엉뚱한 목소리조차 가치 있는 콘텐츠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리 잘 쓴 글이라도, 구글이 생각하는 “도움 되는 콘텐츠”라는 틀에 맞지 않으면 검색 결과에서 사라진다. 단 몇 개의 짧은 게시물만으로 블로그 전체가 “품질 미달”이라는 딱지를 받고 순위에서 밀려나 버리는 시대다.

개인 블로거들에게 필요한 건 더 많은 정보, 더 많은 길이, 더 많은 키워드다. 간결하면서 재치 있는 글은 이제 검색 결과 3페이지 뒷부분에서 겨우 찾아볼 수 있을 뿐이다. 변화를 따라가지 않으면 존재 자체가 지워지는 시대. 그래서 이 블로그는 과감한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콘텐츠 정리, 그리고 1800개 포스트와의 이별

이 블로그의 운영자는 한때 1,800개 이상의 여행 글을 저장하고 있었지만, 점차 그 숫자를 줄여 현재는 800개 미만으로 정리했다. 단순히 오래됐기 때문이 아니라, 글의 길이가 짧거나 정보보다는 개인 감상을 중심으로 했던 콘텐츠는 이제 검색 알고리즘에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중엔 지금의 형식에는 맞지 않아도 시의적절한 내용, 의미 있는 기록들이 많았다. 예를 들어:

  • 여행자들이 겪는 황당한 순간을 정리한 유머 일화
  • ‘스테이케이션’이라는 단어에 분노하던 편집자의 자동응답 이메일
  • 해외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상한 문구의 T셔츠들

이런 포스트는 예전에는 큰 반응을 얻었지만 지금은 아무리 글의 질이 좋아도 그저 ‘짧다’는 이유로 검색에서 제외된다.


인터넷 여행 콘텐츠의 현재

과거 여행 블로그는 단순한 정보 제공의 공간이 아닌, 경험을 공유하는 공간이었다. 지금은 어떤가? ‘6가지 해야 할 것’, ’10가지 먹거리’, ‘2일 여정 플랜’ 같은 구조화된 글이 아니면 경쟁력을 얻기 어렵다. 검색 순위를 확보하기 위해 사족을 다는 것이 기본이 되었고, 독자의 눈을 끌기 위한 과장된 제목이 필수다.

더 나쁜 건, 이제 많은 상위 랭킹 콘텐츠가 실제로 그 장소에 가보지도 않은 채 작성된 글이라는 점이다. 클릭을 유도해야 하니 AI로 수천 개를 복붙해서 발행하고, 그중 하나라도 검색 상위를 차지하면 성공이라는 전략이다. 그 콘텐츠에 진짜 미소와 땀방울은 없다.


빛을 잃은 블로그의 유머와 개성

과거 여행 블로그의 매력은 단연 유머, 위트, 말장난 같은 인간적인 터치였다. 여행지에서 겪은 에피소드 하나를 올리고 “이거 혹시 나만 이런가요?” 하고 던지면, 곧바로 수많은 댓글이 달렸다. 누구나 상관없는 이야기에 웃고 공감하며 소소한 일상을 공유했다.

그런 콘텐츠는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키워드 없음’, ‘구조화되지 않음’, ‘정보 부족’의 낙인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때 블로그에 올라갔던 짧은 농담들이 지금은 전부 지워져야만 했던 이유다.


그래도 기록은 계속되어야 한다

‘Cheapest Destinations Blog’의 운영자인 팀 레펠은 20년이란 시간을 블로깅에 바쳤고, 그 안에서 여행 산업과 온라인 생태계의 변화를 모두 지켜봤다. 혼자 운영하는 블로그로 ‘최고의 여행 블로그’ 상을 수상하던 시절부터, 지금처럼 구글 알고리즘에 맞춰 글을 ‘만드는’ 현실까지.

그는 이런 흐름을 따르기보다, 차라리 덕덕고(DuckDuckGo) 같은 검색 엔진을 더 많이 사용하고, 소셜미디어나 뉴스레터, 팟캐스트로 정보를 찾는 쪽을 추천한다. 실제로 지금 가장 빠르게 트래픽이 늘고 있는 건 Reddit과 Quora 같은 커뮤니티형 플랫폼이다.


‘옛날 그 시절’을 추억하며

그가 지웠던 포스트 중 일부는 여전히 웃음을 준다. 이를테면 이런 목록도 있다:

불편한 여행객 패션 TOP 8

  1. 몸을 가리겠다고 입었지만 더 드러나는 남성용 수영복
  2. 16세 이상 여성의 땋은 머리 스타일
  3. 금목걸이를 착용한 채 수영장 등장
  4. 해변에서 풀 메이크업
  5. 앞뒤로 백팩 멘 ‘거북이’ 백팩커
  6. 블루투스 이어폰 낀 채 식사하면서 통화
  7. 길거리에서 부딪힐 정도로 스마트폰에 몰입한 사람
  8. 함께 여행 와서 ‘팀복’ 맞춰 입은 단체 여행객

이런 유쾌한 리스트도 지금은 긴 문장과 키워드를 끼워 넣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여행 블로그의 미래는 어디로 가야할까?

여행 블로그가 정말로 사라질지 아니면 새롭게 진화할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 현재는 분명 위기이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살아 있는 경험, 따뜻한 문장,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원한다. ‘리스트 정보’보다 더 많은 것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검색 상위 대신 마음속의 상위권을 차지하는 콘텐츠를 우리는 잊지 않았다.


마무리하며: 우리가 지켜야 할 것들

  • 경험은 여전히 가장 강력한 콘텐츠다
  • 유머는 잊히더라도 여운은 남는다
  • 검색엔진이 아닌 사람에게 쓰는 글의 가치
  • 기억에 남는 블로그란 진심이 담긴 공간이다

블로그는 죽지 않는다. 다만, 지금은 살기 위해 변화를 감내하고 있다. 팬데믹, 기업화, 알고리즘의 벽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사람을 위해 쓰는 사람이 남아 있고, 그들이 만들어 내는 기록은 시간 앞에서도 살아남는다.

지금 이 글에 공감했다면, 오랜 블로거들에게 박수를 보내자. 그리고 당신도 하나의 이야기꾼이 되어보는 건 어떨까?


🎒 추천 읽을거리


블로그는 고전적 미디어지만, 느린 콘텐츠가 주는 깊이는 빠름의 시대에서도 살아남는다.
댓글이 사라진 시대지만, 당신의 흔적은 콘텐츠보다 오래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