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 아르테미스 신전, 시간의 틈에 빠진 신비한 순간

중동 여행 중, 특별한 인연과 마주했던 그곳.
요르단 제라쉬에 있는 아르테미스 신전은 단순한 유적지가 아니었어요.
조용히 시간을 멈춰버린 듯한 그 공간은, 제게 이상한 노래를 부르던 한 현지 아이와 함께한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제라쉬, 고대 도시의 흔적을 간직한 요르단의 보물

제라쉬(Gerasa)는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 북쪽으로 약 5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고대 도시예요.
로마 제국 시대의 화려했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이곳은, 중동 속 유럽이라 불릴 만큼 완벽한 도시 유적이죠. 요르단 북부에 위치한 고대 도시 제라쉬(Gerasa)는 로마 제국의 화려한 도시 계획과 건축 양식을 중동에 남긴 대표적인 사례예요.

특히 아르테미스 신전(Temple of Artemis)은 이 도시의 중심이자, 제라쉬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 중 하나예요.


로마에서 재해석된 여신, 아르테미스

고대 그리스에서 사냥과 달, 순결을 상징했던 여신 아르테미스는 로마로 전해지며 ‘디아나(Diana)’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나요. 로마인들에게 디아나는 단순한 자연의 여신이 아닌, 도시의 수호자이자 여성성과 독립성의 상징으로 더 확장된 의미를 갖게 되었죠. 특히 로마 제국 시대에는 그녀의 신전이 도시 곳곳에 세워지며, 신성한 공간이자 정치적 상징으로도 작용했답니다.

제라쉬의 아르테미스 신전, 로마와 중동의 만남

제라쉬에 있는 아르테미스 신전은 서기 150년경, 로마 황제 하드리아누스의 통치 아래 세워졌으며, 당시 도시의 수호신으로 아르테미스가 선택될 만큼 그녀의 위상은 대단했어요.

신전은 그리스-로마식 건축 양식을 그대로 따르면서도, 지역 특유의 석재를 활용해 동서양이 아름답게 융합된 모습을 보여주죠. 거대한 기둥과 섬세한 부조들 속에서 로마의 영향력과 중동 지역의 예술 감각이 함께 어우러져, 제라쉬를 ‘중동의 폼페이’라고 부르게 만든 이유이기도 해요.

아르테미스 신전, 달빛을 닮은 여신의 공간

고대 그리스의 사냥과 달, 순결의 여신 아르테미스를 모신 이 신전은, 놀랍도록 섬세하고 웅장한 석조 기둥으로 유명해요.
가장 흥미로운 건, 이 신전이 그냥 보여지는 것보다 훨씬 깊고 넓은 내부 통로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에요.

제라쉬, 아르테미스 신전 Jerash, Temple of Artemis
제라쉬, 아르테미스 신전 Jerash, Temple of Artemis
관광객으로 붐비던 낮, 현지 아이가 제게 다가와 조용히 두건을 감아주고 신전 안으로 손을 이끌었어요.
빛 하나 없이 캄캄한 그 공간에선, 마치 과거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죠.
밤눈이 어두운 저는 조금 무서웠지만, 아이는 익숙한 듯 자연스럽게 걸어갔어요.


고대 사제들의 발자취를 따라 걷다

이 통로들은 과거 사제들이 신전의식을 위해 드나들던 곳이었다고 해요.
빛 없이도 움직일 수 있었던 그 아이처럼, 사제들도 어쩌면 어둠 속에서 신과 교감했을지 몰라요.
높이 약 2m, 폭도 넉넉했던 이 통로는 지금은 관리가 거의 없어 일반인도 쉽게 들어갈 수 있었죠.

물론, 조명이나 안전장치는 전혀 없기 때문에 혼자 들어가길 추천하진 않아요! 사실 저도 모르고 끌려서 들어갔지만요.


요르단 여행, 단순한 유적 그 이상

아르테미스 신전 외에도 제라쉬 원형극장, 하드리아누스 개선문, 제우스 신전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어요.
이 지역은 실제로 로마 제국이 직접 지은 도시 중 가장 잘 보존된 곳 중 하나라, 영화 세트장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들죠.

또 흥미로운 전설도 있죠.
어떤 이들은 예수가 이곳 제라쉬 근방에서 귀신 들린 자를 구해줬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해요.
강동원이 연기한 최부제가 신부님과 함께 소녀를 구하러 나섰던 그 장면들… 뭔가 진짜 구마의식판 히어로물 같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는 소녀를 구하기 위한 선택이 ‘진짜 신의 뜻이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그냥 소녀 안에 있던 그 존재를 소멸시켰다면 더 속 시원했을 텐데…)


제라쉬 여행 팁

  • 📍 위치: 암만에서 차량으로 약 1시간 거리
  • 🕰️ 개방 시간: 매일 오전 8시 ~ 오후 5시 (계절 따라 달라질 수 있음)
  • 💵 입장료: 외국인 기준 약 10 디나르 (2025년 기준)
  • 🚗 교통: 렌터카 또는 현지 투어 추천
  • 💡 꿀팁: 조명이 거의 없으니 손전등 필수, 슬리퍼보단 튼튼한 운동화 착용!

여행은 정보보다 기억으로 남는 것

아르테미스 신전 안에서 만난 현지 아이와의 순간은,
단순히 ‘관광’을 넘어선 시간의 틈새였어요.
누구나 갈 수는 있지만, 누구나 그 신비로움을 느끼는 건 아니거든요.

요르단 아르테미스 신전에서의 노래 소리,
지금도 제라쉬의 하늘 아래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어요.
혹시 당신도 이곳에서 나처럼 이상한 노래를 듣게 된다면… 조용히 따라가보세요.
그건, 여신의 속삭임일지도 모르니까요.